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Legionaries of Christ

그리스도의 열정적인 사도가 될 제자들을 교육하고 양성하여,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나라를 선포하고 설립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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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

제시 [레늄 산책길] 2026년 8월 20일(목) 26-08-20




어디든 괜찮다

결혼 후 세종∙대전에서 신혼생활을 하다가 남편의 늦깍이 유학으로 미국에 온지 5년이 되어
갑니다. 저희 부부의 신혼 여행지 중 하나가 그랜드 캐년이었는데, 인생에서 언제 미국에서
제대로 로드 트립을 해보겠냐는 마음으로 장거리를 운전하던 때만 해도 이곳에서 거주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처음 유학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저는 외국 거주 경험도 있었고 당시의 상황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적극 찬성했는데 그게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미국에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야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데에 대한 주변의 우려, 애정에 기반한
아쉬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라면 해보지 못했을 것을
새로운 환경에서 용기를 내어 도전해보고자 하는 것이 제가 미국 생활에 찬성한 동기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 와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다보니 제 스스로가 현실감 없이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신앙 안에서 기도를 통해 ‘받아들임’과 ‘내맡김’에 대해 묵상하면서 점점 삶의 태도에
대한 신념과 확신이 굳세지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의 저는 이곳에서 지내게 된 것이 저희만의
결정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어떤 모습을 기대하시며 무엇을 깨닫고 이루기
바라시는 것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걱정과 불안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더 큽니다.
그 설렘으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제가 받은 정말 큰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제가 가졌던 불안에 대해 떠올려보고 제가 받아온 은총에 대해
묵상하다보면 감격에 겨울 때도 있습니다.
이제 막 박사 공부를 마치고 포닥 생활을 시작한 남편이 구직활동으로 이런저런 이야기와
고민을 나눌 때 저는 확신을 갖고 어느 나라든 환경이든 어디든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나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은 아니니 이렇든 저렇든 상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내 삶 안에서의 소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지역과 환경이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꾸어가는지가 제 행복의 열쇠라는 것을 기도 안에서 깨닫습니다.

– 박예찬 글로리아, 레늄 크리스티 평신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