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Legionaries of Christ

그리스도의 열정적인 사도가 될 제자들을 교육하고 양성하여,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나라를 선포하고 설립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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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

제시 [레늄 산책길] 2026년 10월 15일(목) 26-10-15




어릴 적 나에게 성당은 참 많은 의미를 품은 공간이었다. 친구들과의 정겨운 놀이터였고, 공부에 지친 마음을 가라앉히던 쉼터였으며, 가만히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던 기도의 자리였다.

20대 시절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활동하면서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깊은 물음을 선후배들과 밤새워 나누기도 했다. 뜨거운 여름 캠프에서는 누군가의 묵묵한 땀방울과 희생 덕분에 우리의 소중한 시간이 완성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남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봉사의 참맛'도 자연스레 배웠다. 성당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나의 유년과 청춘이 고스란히 숨 쉬는 삶의 터전이었다.

세월이 흘러 추억이 켜켜이 쌓인 옛 성당은 오랜 재건축을 거쳐 새 성전으로 거듭났다. 얼마 전 친정에 들렀다가 새로 지어진 성전을 마주했을 때,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울림이 번져왔다.

‘아름다운 기억이 있는 이 성전에서 옛 선후배, 동기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그간의 안부를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속 작은 바람은 행동력이 뛰어난 이들 덕분에 힘을 얻었고, 감사하게도 현 주임 신부님의 따뜻한 배려와 지원에 힘입어 오는 10월 31일, 드디어 ‘홈커밍데이’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여기저기 소식을 전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하느님을 깊이 알지는 못했어도 그저 함께 어울려 웃고 울던 시간이 좋아 성당으로 달려갔던 시절, 그 시간을 함께 공유했던 이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처럼 신앙 공동체가 남겨준 기억은 누군가에게는 팍팍한 삶을 버티게 하는 든든한 뿌리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그리고 지금, 내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소중한 신앙의 자리는 바로 ‘레늄 크리스티’이다.

우리는 홀로 신앙을 지켜낼 수 없기에, 함께 걷는 공동체는 신앙 여정에서 무엇보다 절실하고 귀하다.
레늄 크리스티는 단순히 모여 친교를 나누는 자리를 넘어, 매 순간 하느님을 어떻게 사랑하고 이웃을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 삶으로 증거하게 만드는 거룩한 훈련의 장이다. 서로를 온 마음으로 환대하고 배려하며, 세상의 거센 풍파 속에서도 영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함께 성장하도록 이끌어주는 대체할 수 없는 ‘영적 가족’인 것이다.

레늄 크리스티 회원으로 살아가며 해를 거듭할수록, 이 공동체가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은총의 원천임을 깊이 느낀다. 그러나 그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해서 감사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하느님께서 선물로 맺어주신 이 귀한 울타리를 더욱 건강하고 단단하게 가꾸어 나가는 것 역시 나에게 맡겨진 몫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하신 말씀처럼, 내 삶 안에서 예수님의 따뜻한 시선과 온유한 대화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성령의 도우심을 청한다. 나의 서투름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예수님의 자비로운 마음으로 곁의 형제자매를 품어 안는 성숙함이 내 안에 깊어지기를 소망한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마태 18,20)

늘 저희 레늄 크리스티 공동체의 중심이 되어 주시고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 주시는 주님,
서로를 지켜주는 이 소중한 공동체와 함께,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부터 주님의 나라를 일구어갈 수 있도록 성령의 은사를 풍성히 부어 주소서. 아멘.

– 김남희 데레사, 레늄 평신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