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Legionaries of Christ

그리스도의 열정적인 사도가 될 제자들을 교육하고 양성하여,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나라를 선포하고 설립하고자 합니다.

서브비주얼

한국소식

제시 [레늄 산책길] 2026년 1월 8일(목) 26-01-08




한국 레늄에서는 그리스도 레지오 수도회의 전통을 이어받아 매년 연말에 성인(saint) 카드를 뽑습니다.주님께서 주신 성인의 고유한 덕을 바라보며, 그 덕을 품고 다음 해를 살아가게 됩니다.
각자에게 부족하거나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덕을 지닌 성인이 뽑히기에, 모두들 포장된 선물을 푸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카드를 뽑고 서로에게 보여줍니다. 그 짧은 순간 안에는 기대와 설렘, 그리고 조심스러운 자기 성찰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2026년을 앞둔 12월, 제가 뽑은 성인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였습니다.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성체 찬미가의 그 토마스 아퀴나스입니다.

2025년,
제가 받아든 세상의 보상은 달디단 열매보다는 떫고 쓴 열매에 가까웠습니다.그래서인지 기도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깊은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기도 중에 문득 ‘내가 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고,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듯 불평을 늘어놓다가 기도를 접고 나와 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말없이 버텨내는 침묵 속에서 흘러갔습니다. 매번 올라오는 불안들을 누르느라, 기도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른 채 알람 소리에 퍼뜩 놀라 어리둥절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시간의 끝에서 저는 자주 정체불명의 질문이 솟아오를 때가 많았어요.믿음이란 대체 무엇일까. 영적인 존재를 믿는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제 머리로는 끝내 해결할 수 없는 질문들만 맴돌다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간들 또한 은총임을 저는 어렴풋이 깨닫습니다.주님을 알고 싶어 애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가 여전히 믿음 안에 있다는 반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깨달음 덕분에 저는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덕은 ‘하느님에 대한 지식’이라 적혀 있었습니다.해가 갈수록 완고해지는 제 마음속 보잘것없는 질문들에 대해, 성실하게 보내주신 주님의 대답처럼 느껴졌습니다. 알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믿음 안에서 묻고 또 묻으라는 사랑스런 초대처럼 다가왔습니다.

엎드려 절하나이다.눈으로 보아 알 수 없는 하느님,두 가지 형상 안에 분명히 계시오나우러러 뵈올수록 전혀 알 길 없사오니제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옵니다.

오묘한 주님의 신비 앞에서, 오직 믿음으로 나아가기를 기도합니다.

– 박윤진 아셀라, 레늄 평신도 회원